[주제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토탈미술관×노세환
신설동역 2018.10.01~2019.09.30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예술이 함께하는 감성의 공간이 되다.

토탈미술관 × 노세환 작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展 개최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예술이 함께하는 감성의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우이신설 미술관>은 우이신설선 역사 내부와 미술관의 전시장을 접목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전시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미술관역 프로젝트입니다. 신설동역은 역사 내 공간 전체를 고려하여 광고게시판 벽면에 작품을 설치함에 따라 마치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지하철 역은 스쳐가는 공간입니다. 출퇴근길에 스쳐가고, 친구나 연인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잠시 멈춰 선다고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걸음은 습관처럼 바쁘기만 합니다.
아주 잠깐, 쉬어가도 좋을텐데 말입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이신설 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 노세환 작가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아주 잠시, 걸음을 멈춰 보자고 안합니다. 오늘도 무심히 들어선 지하철역, 우이신설 미술관에는 작고 싱싱한 초록의 풀잎 사진들이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무슨 풀일까요? 이 풀은 왜 이곳에 있을까요?

개찰구를 나가려다 보니 이번에는 녹아 흐르는 과일들의 사진이 있습니다. 이 과일은 어쩌다 이렇게 녹아 흐르게 되었을까요?

기획 토탈미술관
참여작가 노세환
기간 2018년 10월 1일 - 12월 31일
주관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시행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


멜트다운(Meltdown)

개찰구를 들어서면 정면 왼편에 연두색 레몬이 녹아 흘러내리는 사진이 보입니다. 오른쪽에는 노란색 레몬이 똑같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향하는 길 양 편에 연두를 담은 오렌지가, 초록 꼭지가 묻어나온 듯 초록을 머금은 사과가 얼음처럼 녹아내립니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진 속 과일과 야채들은 과연 우리가 믿고 있고, 알고 있다고 하는 것들이 맞느냐고 반문하듯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흘러내린다’라는 뜻의 《Meltdown》 시리즈는 사실의 기록이라고 알려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괴리감을 만들며 보는 것과 믿음, 안다는 것과 사실, 그리고 물질과 색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합니다.


콩밭

어느 날 작가는 속담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속담은 오래전 생활상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말은 하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를 말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와 관련이 있기에 콩밭이 맞았겠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콩밭에 가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왜 하필이면 콩밭이었을까요?

작가는 전시장에 작품을 거는 대신 콩을 심었습니다. 처음 전시장을 찾은 관객은 화분만을 보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싹이 나고 콩이 열렸습니다. 관객들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전시장을 보았고, 작가는 그것을 꼼꼼히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동안 작가의 마음은 전시장, 그 ‘콩 밭’에 가 있었습니다. 우이신설 미술관에서는 사진 기록을 전시하여, 작가가 가졌던 생각과 질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행 1열) Day 1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 위치한 63아트 미술관에 총 16개의 화분에 80여개의 강낭콩을 심었다. 전시장 안 실내에 인공 조명과 공기 청정기로 유입되는 공기로 강낭콩을 재배하는 것이 다소 걱정스럽지만, 콩은 어디서든 잘 자란다 했다. 개인전을 했지만, 작품이 아직 땅 속에 있는 상태라 사람들을 초대하지는 못했다.

(1행 2열) Day 10

10일 만에 첫 싹이 돋았다. 16개의 화분 중에 눈에 보이게 올라오는 것은 단 하나의 싹이지만, 나머지 콩 들도 떡잎으로 올라오기 위해 고개를 처 들고 있다.

(1행 3열) Day 14

모든 화분에 싹이 올라온다. 많게는 5개 적게는 2개의 싹이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떡잎 사이로 어린 본 잎이 나오고 있으며, 일부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화분의 본 잎들은 그 크기가 매우 크다.

(2행 1열) Day 17

순조롭게 잘 자라고 있다. 일부는 새 본 잎들 사이로 새 본 잎들이 솟아오르며 자라고 있다. 실내조명이 다소 국소적인 탓에 다소 웃자라는 경향이 있지만, 줄기의 굵기가 너무 얇지 않은 편이다.

(2행 2열) Day 26

새 떡잎이 뒤늦게 나기 시작하여 올라오기도 하나 대체로 순조롭게 자라고 있다. 일부 강낭콩은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올라가고 있다. 조만간 지지대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 같다.

(2행 3열) Day 32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기만 하던 강낭콩이 잎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이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으로는 이쯤 해서 이들을 받칠 만한 보조 장치를 마련하려했으나, 자연스러운 꺾임은 실내 전시장에 식물을 키우는 작업의 특징처럼 보여 그냥 두기로 했다. 꽃 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조만간 꽃이 필 것 같다. 
남은 전시 기간이 26일 정도이니 강낭콩이 열릴 가능성이 조금은 보인다.

(3행 1열) Day 38

콩 꽃이 만개했다. 콩의 꽃이 너무 작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렵지만, 콩은 꽃을 피워 냈다. 다음 주쯤 이면 콩 주머니가 나오기 시작할 듯하다. 일주일간의 해외 일정이 있어 관찰하지 못함이 아쉽다. 외국에 있었지만,
내 마음은 늘 콩 밭에 가 있었다.

(3행 2열) Day 48

콩 꽃이 콩깍지에 의해 밀려 나오기 시작하며, 콩이 열리기 시작했다.
제법 여문 콩깍지들도 있고 아직 이쑤시개 크기의 작은 콩깍지들도 있다.

(3행 3열) Day 52

전시 마지막 날에 콩을 수확했다. 심은 콩의 수 보다는 한참 밑돌지만, 
적당한 결실을 맺었다. 전시 이후의 콩 화분의 거치 문제를 고민했으나,
현실적인 여러 문제로 폐기하기로 했다.
전시는 끝이 났지만, 오늘도 내 마음은 여전히 콩 밭에 가 있다.


노세환 작가의 평범한 작업실

동영상 출처.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유투브 채널

이해의  범주

유인원들의 지능이 인간과 매우 가깝지만 그들이 인간처럼 문명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학습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습능력은 상호주관성이라고 하는 인간 뇌의 지적인 기능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매우 관계가 깊다. 이렇게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인지능력이며, 이런 학습에 능력이 없이는 아마도 내가 이런 글을 쓸 수도, 아니 혹은 이런 비판적인 지적인 놀이에 빠질 수 조차 없이 나무를 타며, 열매를 따먹고 다녔겠지만, 가끔은 이런 학습능력이 사실을 인지하는데 방해가 되게 만든다.

물의 깊이에 따른 색의 변화,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물이 바람을 만날 때 보이는 물의 표면의 변화 등을 이미 학습 및 경험했고, 센티미터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의 무리 안에서 교육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일의 단위를 가늠할 때 느끼는 경험은 갑자기 바지의 치수가 센티미터로 바뀔 때 겪는 혼란과 맞먹을 것이고, 집 넓이의 단위가 평 단위에서 제곱 미터 단위로 바뀐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곱 미터로는 가늠이 되지 않고 ‘평’에 의존적인 사람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런 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이는 혹시 학습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데 대한 두려움 아님 귀찮음이 우리의 뇌를 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로부터 듣는 잔소리가 조언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불편한 이유는 그 반복성의 불편함과 비슷한 무게로 잔소리를 하는 이들과 듣는 이들 사이의 이해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잔소리를 하는 주체가 가지는 이해의 범주가 깨기 어려움 것처럼 나의 이해의 범주는 그들을 향해 맞춰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출처. 본 갤러리
링크. http://www.bongallery.com/portfolio-type/%EB%85%B8%EC%84%B8%ED%99%98-roh-sehwan/


토탈미술관 소개

토탈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1976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디자이너를 위한 갤러리로 출발하였으며, 1984년에는 경기도 장흥에 국내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을 설립하였다. 이후 2002년까지 수많은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은 명소가 되었다.
미술관 개념의 확대와 함께 1992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예술 전반을 통섭하는 현대적인 전시장을 마련함으로써 점차 본관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 공간은 한국건축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현대미술 전시 외에도 음악회와 각종 이벤트, 교육 프로그램, 도서 간행, 강연, 워크숍, 세미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토탈미술관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건전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향유하는 풍요로움을 선물하고자 한다. 더불어 작가들에게는 무한한 실험정신과 창의적인 활력을 이끌어내는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지향함으로써 예술전반에 대한 폭넓고 깊은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32길 8
홈페이지. totalmuseum.org


노세환 작가소개

노세환 작가는 1978년에 태어나 경희대학교와 런던 슬레이드 대학에서 회화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했으며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기존에 학습을 통해 형성되어 있던 틀에 쉽게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한다.
기존 이미지에 페인트를 덮어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국내에 유통되는 36개의 생수의 맛을 감별해보는 등 견고하던 고정관념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최근에는 개인전을 통해서 속담의 내용을 뒤틀어 영상이나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오기도 하였다. 가나아트파크, 63아트 미술관, 스페이스 XX, 표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토탈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인사아트센터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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